요즈음 며칠은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왠지 하루가 길고도 깊었다.
저번주 부터 아이 생식기에서 녹색 분비물이 나와서
4월 15일 화요일, 병원에 갔었다.
아침 9시. 병원 문 열자마자 도착했다.
일찍 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앞에 10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뜨악..!
열심히 기다리고 우리 차례가 왔고
의사선생님에게 말씀드렸다.
혹시 모르니 소변검사를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채혈실에 가서 소변검사 컵을 받았다.
문득..생각이 났다.
소변검사 해야 한다는 걸 모르고,
나는 병원 오기 전에 아이 소변부터 보게 했더랬지..
간단하게 약처방 바로 받아올거라 생각하고
약 처방받고 바로 유치원에 보낼 생각으로
볼일을 보게 했었다.
그게 문제였다..! 😭
한참을 기다렸다.
애는 지루해하고, 나도 점점 지루해졌다.
물도 마시게 하고,
물은 너무 할짝할짝 조금씩 마셔서
병원 근처 편의점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음료수와
간식을 사서 줬다.
그리고 소변이 나올 수 있게
계속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아이를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1시 40분쯤, 드디어 소변을 봤다. 😭
하지만 직원분들 점심시간이였기 때문에
다시 기다리고… 1시 50분쯤 소변 제출.
2시 20분, 우리 아이 이름이 불렸고
의사 선생님에게 갔더니 결과를 말해주셨다.
"약간의 염증이 보인다"며, 하얀색 액체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약 하나가 이렇게 벅차고 뭉클한 마음을 주게 될 줄은.
✨
(유치원은 결국 못갔다..)
첫째 날(15일 화요일)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아이에게
약을 먹였다.
약을 보여주자마자 고개를 휙 돌리는 아이.
도저히 입을 열지 않아서 결국 억지로 넣었는데,
겨우겨우 조금 삼킨 후에 나머지는 뱉어버렸다.
그리고 아이는 울었다.
그 순간, 미안해서 숨이 턱 막혔다.
내가 뭘 하고 있나 싶고.
아이 입에 뭔가를 억지로
밀어 넣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울렁거렸다.
둘째 날.(16일 수요일)
“약 먹자~” 했더니 갑자기 아이가 말했다.
"내가 먹을래."
응? 정말?
아이에게 약이 들은 통을 주자,
정말로 조금씩, 천천히 스스로 먹기 시작했다.
느렸지만 기특했다.
중간에 내가 좀 도와줬더니, 약이 많이 나와서 또 뱉긴 했지만.
전날과는 전혀 달랐던 모습.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이었다.
그리고 오늘, 셋째 날.
(17일 목요일)
역시나 또 "내가 먹을래" 하고 약을 받더니
이번엔 혼자서 다 먹었다.
진짜로. 한 방울도 안 흘리고.
“맛있어?” 물으니
"응, 우유 맛이야."
그 말 듣는데 왠지 코끝이 찡했다.
겨우 약 하나 먹은 걸로 이렇게 벅차다니.
사실 별일 아닐지도 모르지.
근데 그 작은 행동 하나가 나한테는
‘우리 아이가 자라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주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그냥 이 마음을 남기고 싶었다.
기억해두고 싶어서.
약을 스스로 먹은 날.
아이가 한 뼘 더 자란 날.
그리고, 내가 또 한 번 감동한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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