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이런 날은 괜히 마음도 눅눅해지고,
평소보다 조금 더 멍한 상태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금요일이라 기분이 좋았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집안일 하고,
이런저런 일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하원 시간.
우산을 들고 평소처럼 아이를 데리러 갔다.
비가 와서 그런지 유치원 앞 놀이터엔
평소에 있던 아이들이나 어르신들, 보호자들 하나도 없었다.
조용한 놀이터, 벤치에 아이랑 나란히 앉아있는데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멀리서 어떤 남자가 빠르게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겠거니, 곧 방향을 틀겠지 했는데…
그 사람이 정말 우리 바로 앞을 스치듯 지나가는 거다.
한 발자국도 안되는 거리라고 느껴질 정도로 정말 가까웠다.
그 남자가 빠른걸음으로 우리아이에게 돌진하듯이 왔다.
나는 순간 당황했고, 아이도 깜짝 놀랐는지 뒤로 물러섰다.
근데 아이는 긴장된 걸 풀려는 듯, 갑자기 “어흥~” 하며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취했고,
그 남자는 그걸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미소를 짓고 다시 걸어갔다.
그 미소가 참… 뭐랄까.
솔직히 말하면 뭔가 불쾌하고, 섬뜩한 느낌이었다.
그 남자가 멀어질 때까지 그 뒷모습을 계속 바라봤다.
우산 아래로 살짝 보였던 얼굴, 어두운 옷, 그리고 손에 들려 있던 검은 비닐봉지 속 무언가…
지금 생각하면 별 거 아닐 수도 있는데,
그 순간엔 하나하나 다 수상하게 느껴졌다.
그 남자의 모습이 어느정도 멀어졌을 때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
.
.
아이를 노린 건 아닐까?
내가 아이 이름을 불렀는데,
혹시라도 그걸 듣고 기억해서
유치원에 보호자인 척 와서 아이를 데려가는거 아닐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유치원 담임선생님께 문자 보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그 사람 얼굴이 잘 기억이 안 난다.
분명 봤는데, 흐릿하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기분.
그 상황, 느낌만 기억이 난다.
내가 정말 그 상황이 정말 무섭긴 했나보다...
다행히 별일 없었지만,
마음 한편이 불편했던 하루.
아이 유치원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벌어진 일이다보니..
앞으로도 쭉 매일 가야하는 곳이라서..불안하기도 하다.
앞으로는 바깥에 사람이 없는 날에는 곧바로 집으로 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싸하고 소름끼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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