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리고 오는데 생각이 많아졌다.
요즘도 여전히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걸어서 데리러 간다.
우리 집에서 유치원까지는 어른 걸음으로 15분,
아이랑 함께 걷다 보면 30분은 훌쩍 걸린다.
그래도 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내 몸도 좀 움직이고,
무엇보다 아이랑 손잡고 걷는 그 시간이
참 따뜻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걷다 보면
아이랑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작은 꽃 하나에도 "엄마, 이거 봐!" 하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이 시간이 참 귀하구나’ 싶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묘한 기분이 드는 일이 있었다.
아이와 유치원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던 길,
우연히 유치원 차량이 근처에 멈춰서더니
그 안에서 한 아이가 내리는 걸 봤다.
그 아이는 유치원에서 정말 가까운 거리에 사는 아이였다.
딱 봐도 걸어서 3분이면 도착할 거리.
순간,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어...? 이런 거리도 차량 이용이 되는 거야?"
"나는 왕복 30분 넘게 오가는데…"
"내가 뭔가 잘못 선택하고 있는 건가?"
"차량 신청하면 그 시간에 다른 것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나만 괜히 힘들게 다니는 걸까?"
괜히 나 혼자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내가 시간 관리를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잠깐이지만 부럽기도 했다.
유치원 차량 이용하면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아도 되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거나
잠깐이라도 쉴 수 있으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이 시간을 좋아서 선택했던 거였다.
걷는 동안 아이와 나누는 대화,
계절이 바뀌는 길가의 풍경,
손을 꼭 잡고 걷는 그 따뜻한 감촉.
이건 차량 타고선 절대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니까.
누군가는 차량을 선택할 이유가 있고,
나는 걷는 걸 선택할 이유가 있다.
서로 다를 뿐, 틀린 건 아니라는 걸
스스로에게 다독였다.
물론 오늘은
잠깐 흔들렸던 하루였지만,
그 덕분에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이 시간이 좋아서,
그래서 걷는 거니까.
그걸로 충분하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